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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일기 : 첫 독립, 30대 중반 여자의 뜻밖의 독립선언 본문
Minamal Life Episode #001
30대 중반 여자의 뜻밖의 독립선언
사춘기 시절 독립하고 싶은 열망을 갖고 있었다. 하고 싶은 것도 마음껏 하고, 공간도 마음껏 쓸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리라.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느꼈다. 독립은 절대 하고 싶지 않았다. 엄마 옆에 꼭 붙어서 해주시는 따뜻한 밥 먹고, 집세 걱정, 생활비 걱정, 집안일 걱정 안 하면서 살고 싶었다. 게으른 나에게는 적합한 선택이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독립은 결혼을 하면서 동시에 이뤄지리라 당연시 여겼다.
독립을 한 나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다.
말도 예쁘게 하고, 엄마에게 살갑게 싹싹하세 잘하는 한 남자를 만나서 결혼을 전제 동거를 시작했다. 엄마는 동거를 극구 반대했지만 나는 서로 붙어있고 싶다는 이유로 엄마의 말을 듣지 않고, 하나둘 짐을 옮기며 드나들다 결국 함께 지내는 공간을 만들었고, 시간을 공유하게 되었다.
그 사이에 우리 가족 구성원에는 큰 변동이 있었다.
아빠는 내가 갓 사회생활할 즈음 돌아가셨기에 당시 우리 가족은, 엄마와 오빠 나. 세 식구. 그리고, 나 스무 살 때 친구가 잠시 맡아달라고 해서 데려왔는데 우리 식구가 되어버린 강아지 한 마리가 있었다.
내가 돌아올 때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나의 영원한 친구 폴 Paul
내 가족이자 친구이자 보물이고 젊은 시절 위로였던 12년 차 강아지 '폴 Paul'이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나이가 들어가는 폴을 보며 마음이 너무 아파서 다시는 강아지를 키우지 않겠다고 생각했으나, 폴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던 그해에 남자 친구가 생일선물로 검둥이 '순탄'이를 데려왔다. 그리고 외로워하는 '순탄'이를 위해 머지않아 흰둥이 '순리'를 데려왔다. (다시는 키우지 않겠다는 신념을 지켰어야 했는데... )
서로 합의하에 결정한 것이었다. 당시에는 각자 하나씩 맡아서 케어해주면 된다고 생각했으니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엄마와 오빠가 지내던 아파트는 재개발을 앞두고 세를 준 집이었기에 재건축 공사가 진행되면 이사를 가야 했는데, 하필 그게 내가 나가있던 시기였다. 내 짐은 이사할 때 빼고 엄마, 오빠 둘이 지낼 집을 얻어 널찍하게 생활하면 되는 것이니 괜찮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결혼을 할 것이었으니. 그런데 갑자기 친오빠가 여자 친구와 아이를 만들더니 덜컥 결혼을 해버렸다. 정말 순삭- 시간이 훅 지나갔다. 배신감이 들었다. 당했다. 당했다. 당한 거다.
결혼 생각 없다며 나보고 먼저 결혼하라던 친오빠는 웬일로 여자친구를 소개해 주더니 (평소에는 물어도 사귀는 사람 얘기는 꺼내지도 않던 사람이다.) 머지않아 뱃속의 아가 소식과 결혼 선언을 한 것이다. 다 이유가 있었구먼. 그렇지만 나보다 한 살 어린- 올케언니가 너무 현명하고 똑순이라 오빠를 데려가 주신 것에 큰 절(그랜절?) 드리며 감사하고 싶다.
그렇게 오빠는 똑순이 올케언니와 당첨된 LH 신혼집으로 나가버렸다. 그야말로 엄마는 외톨이가 되었던 것이다. 엄마도 모두 나가버리고 혼자가 된 것이 너무 갑작스러웠을 것이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혼자 있는 집에서 잠도 안 오고, 오빠가 와서 문을 두드릴 것 같고, 무서움을 느꼈다고 한다. 그럴 것이 결혼하고 오빠 낳고 나 낳고.. 거의 3-40년을 혼자 지낸 일이 없던 엄마였다. 엄마는 혼자 지낼 바에는 일하는 곳 기숙사를 들어가겠다고 하셨고, 바짝 돈을 모으겠다고 하셨다. 우리는 반대했지만 결정은 엄마의 몫이었다. 그런데 우리와는 상의도 없이 친구네서 지내기로 했다며 이사를 하셨다.
울며불며 좁지만 내가 있는 집으로 오라고, 옷방도 내어드리겠다고 떼를 썼다. 그랬으나 나중에 알고 보니 엄마는 오래 알고 지낸 남자친구랑 너무 잘 지내고 계셨던... 반전이;;;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해하신다. 감사할 일이다.
우리 가족은, 이제 폴은 없지만, 새로운 식구가 둘이나 생겼다.
그렇게 모두 각자의 집으로. 하우스를 만들어 갔다.
그 무렵 (제목상, 내용상 알다시피) 나는 동거를 끝내야만 했다.
이유야 여러 가지 있겠지만 서로의 밑바닥을 보이고 나니 결혼은커녕 함께 지낼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 것이다.
말을 예쁘게 하던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고, 붙어있고 싶어 안달 났던 게 이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같이 있는 시간이 괴롭게 느껴졌다. 우리는 서로의 에너지를 갉아먹고 있었다.
뒤늦게 알게된 단어인데.. 당시에 나는 '가스라이팅' 을 당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육체적인 폭력은 없었지만 정신적인 언어적인 폭력들을 당하고 있었다...
이사 직후 가구라고는 책상뿐이었다.
독립이 아니라 도망이었다. 그곳으로부터, 내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돌아갈 곳이 없었다. 게다가 남자 친구가 얻은 집에 가구/가전을 채워 넣다 보니 퇴직금도 이미 다 써버린 상태였다.
그렇다고 현실에 순응하며 살기에는 너무 숨이 막혔고, 우울증에 걸릴 것 같았다. 남자친구가 일을 가면 강아지 둘을 붙잡고 매일같이 울었다. 그야말로 내 상태는 최악이었다. 나쁜 이야기는 전혀 안 해왔기에 가족들조차 이해하지 못했다.
친구들의 조언으로 나와야겠다는 힘을 얻었고, 가족들의 도움으로 보증금을 마련했다. 겨우 오래된 아파트의 월세를 구했다. 이후 내 명의로 대출받아 구입했던 차량을 중고 판매하여 빚을 갚고 남은 돈으로 가구와 가전을 새로 구입했다.
안녕 나의 첫차여 ㅜ_ㅜ
이 나이 되도록 모아놓은 돈도 없고, 퇴직금도 다 날리고, 몸도 마음도 상처 받고 나니 자존감이 바닥을 친 상태였다.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나에게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대책 없이 무너졌던 것이다.
몸에서 받지 않는 것을 꾸역꾸역 채워 넣었더니 속이 자꾸만 울렁거려 밑바닥부터 끌어올려 토해내듯이 밀어낸 것처럼
그렇게 나는 뜻밖의 독립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이사를 하고 집을 정리하고, 가구들을 새로 채워가며......
치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너무 길어져서 다음 에피소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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