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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nder Story/인생 해석집

문득문득 돌아가신 아빠가 생각날 때

원더경이 2024. 1. 2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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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문득문득 돌아가신 아빠가 생각날 때가 있다. 

출근 준비를 하려고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다가 문득.

주말에 늘어진 낮잠을 자다가 문득.

 

무슨 감정인지 모르게 눈물이 난다.

아빠가 없다는 것에 큰 의미부여 없이 살아왔는데.. 그럴 때가 있다.

 

나에게 아빠란 어떤 존재였을까...

내 기억 속에 아빠는 한 달간을 감기로 아파서 누워있는 나를 위해 귀했던 바나나를 사다 주셨던 분

치과 가기 싫어하는 나를 데려가려고 치과 건물 1층에 있는 롯데리아에서 불고기버거를 사주겠다고 약속하고 지켰던 사람

그리고... 내가 너무나 미워했고 저주했던 사람. 

그래서 마음이 너무 아픈가 보다. 건강하게 내 곁에 있어주지 않아서 화가 나고,

어린 마음에 미워하고 사라지길 바랐던, 나쁜 마음을 가져야만 했던 수많은 날들이 즐겁지만은 않았고, 회피하고 싶었다... 

 

나이가 들고, 당시 시대상에 대해 알게 되면서 소름 돋도록 내 가족만의 일이 아닌 많은 가정에서 겪었을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돈을 어떻게 벌고 써야 하는지 경제에 대해 배우지 못했고, 한 번의 실수가 회복할 수 없었을 밀려드는 자본주의와 신용카드라는 굴레... 등등 너무 무지했다.. 그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 그 시대가 그렇게 빠르게 변화했던 것을... 

 

그래서 더욱 두려운 것 같다. 

열심히 살 수록 가난해지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할까 봐... 지쳐서 쓰러질까 봐

아빠를 생각하면 또 엄마가 우리를 위해서 이혼하지 않고 긴 세월을 인내하며 살았다는 것에 안타깝다. 

나는 아직도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 미련한 것인지 책임감인지.. 그리고 정말 오빠와 나를 위한 일이었는지 아직은 모르겠다. 나보다 아빠와의 추억이 더 많았을 오빠는 알까..? 

 

 


 

어려서 나는 엄마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엄마처럼 착실하게 회사를 다니는 나를 보며 (자위했을지도), 차라리 방황하는 오빠가 아빠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의 나는 열심히 회사 다니는 내가 너무 화가 난다. 관성처럼 열심히 일을 하지만... 

남을 위해 소비되고 있다는, 이용당하고 있다는 감정이 들 때마다

나의 일을 하고 싶은 열망... 가족을 위해 지금처럼 살면 안 된다는 생각...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직장에 적응 못하고, 사업을 여럿 시도하던 아빠가 나와 같은 생각이었을까?라는 막연한 추측이 들었다. 

나는 어쩌면 아빠를 닮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물론 엄마도 닮았겠지.. 

 

 

언젠가 나도 가정을 꾸린다면, 아이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 

나의 아이들은 문득문득 나를 어떻게 떠올릴까? 

 

나는 아빠의 꿈을 이루고, 엄마의 책임을 다하며 살고 싶다. 

그래서 문득문득 아빠가 떠오르는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나를 응원하고 있을 아프고 슬픈, 사랑하는 존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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